육체의 아름다움을 통해 표현된 석가모니의 구도의 길
알바니아계의 프랑스 무용가 겸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현재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큰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를 폭력적으로 재해석하여 충격을 주었는가 하면 '공원'에서는 20세기 안무가가 만든 파드되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감격적인 아름다움과 에로티시즘을, 앞서 DVD로 소개되었던 '메데아'와 'MC/14-22'에서는 각각 잔혹한 비속살인과 최후의 만찬의 모티프를 감각적으로 표현했었다. 그의 최신 안무작이자 2010년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의 실황인 '싯다르타'는 프렐조카주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파리 국립오페라 발레단이 공연한 것으로, 제목 그대로 왕자로서의 영예와 아름다운 아내 요수다라를 포기하고 구도의 길을 떠나는 싯다르타가 여러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강렬한 안무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아방가르드 계열의 클래식에 락음악과도 같은 강렬한 전자기타 리프를 접목한 프랑스의 젊은 작곡가 브뤼노 만토반니의 음악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 안줄랭 프렐조카주(1957~)는 알바니아계 프랑스 안무가로 다양한 현대 무용 경력을 거친 후에 1984년부터 자신의 발레단을 이끌면서 본격적인 안무 작업에 들어갔다.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안무가들, 즉 고전발레의 제한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했던 거장들을 존경하고 또 벤치마킹하면서 끊임없는 논란의 소재가 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이전작인 12명의 남성무용수들을 위한 'MC/14-22'가 복음서의 나오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의 모티프를 활용한 기독교적인 색채의 작품인데 반하여, 신작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의 구도과정을 아름다운 육체미학을 통해 표현한 불교적 색채의 작품인 점이 흥미롭다.

- 발레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악과 죽음의 위협을 받는 가련한 민중의 고통을 목격한 싯다르타는 아버지인 왕과 아름다운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촌 아난다와 함께 구도의 길을 나선다. 여러 구도자들과의 만남과 갖가지 유혹의 과정을 거친 뒤 싯다르타는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 깨달은 자가 된 싯다르타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어 악한 세력을 굴복시키고, 그의 아버지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작품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