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길렐스는 러시안 피아니스트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세계인에게 골고루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항간에는 이런 그를 지칭해서 "거인", "위업의 대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별명들은 모두 그의 연주 스타일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음반은 1968년이 저물 무렵의 실황녹음으로 '월광'과 '비창'을 들어볼수 있는데, 전집 녹음에서보다 훨씬 더 명쾌하고 가결한 해석이 특징적이다. 극명한 피아니시모에서 얻어지는 투명한 울림과 곡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른 템포로 이를 전개시켜 나가는 그의 날카로운 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짜르트의 소나타나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에서도 예의 그 맑고 깨끗한 울림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스크랴빈의 소나타는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전유물과 같은 작품으로 소프로니츠키, 호로비츠의 연주들이 각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길렐스의 최만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한 해 전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이 연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면 그 순위 역시 바꾸어 놓을만한 대단한 연주이다.

CD 1
01. Mozart : Fantasia In D Minor, K.397
02. ~04. Mozart : Piano Sonata In A Minor, K.310
05. ~07. Beethoven :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08. ~10. Beethoven :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No.2 "Moonlight"
11. Beethoven : 32 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In C Minor, WoO80

CD 2
01. ~06. Schubert : Moments Musicaux, D780 Op.94
07. Schumann : Arabeske In C Major, Op.18
08. Liszt : Rhapsodie Espagnole
09.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10. Ravel : Jeux D'eau
11. ~14. Scriabin : Piano Sonata No.3 In F Sharp Minor, O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