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주자의 솔로앨범이라 하면 의례 현란한 개인기가 난무하는 테크니컬한 음악들을 연상하기 쉽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는 어떤가? 그의 현란한 초우퍼 테크닉은 듣는이들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런 부류와는 다르다. 오대원이란 베이스 연주자가 들려주는 이 음반은 베이스라는 하나의 악기를 돋보이게 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음악의 조화에 신경을 쓴 듣기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그런 작품이다.

음반의 전체적인 성향은 컨템포러리 계열의 퓨전음악이다. 그의 창작곡과 커버곡이 적절하게 섞여 있지만 어레인지 성향은 어디까지나 듣는이를 안배하는 이지리스닝에 초점이 맞춰 있다. 앞에서 언급했듣이 그의 베이스 연주는 어디까지나 음악의 한 구성으로 존재할 뿐 베이스 자체를 위해 오버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오대원은 하나가 아닌 전체를 중시하는 스타일의 연주자인듯 보인다.

커버곡은 물론 그의 창작곡들에서 느낄수 있는 멜로디 감각은 매우 좋은 편이다. 베이스 연주자의 솔로앨범이라는 편견을 어느정도만 극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듣기 좋은 음악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라이브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녹음방식도 애호가들의 호응을 얻어낼만 하다. 매우 기계적으로 다듬어진 매끄러운 사운드보다는 약간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연주는 자연스러움과 인간미가 보충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주자 스스로가 앨범의 수록곡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연주곡이 주가 되는 앨범이라면 이는 정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듣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듣기에 매우 무난한, 좋은 멜로디가 살아있는 그런 앨범이다. 친구에게 선물용으로 건내주어도 결코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카페의 배경음악으로 걸어 놓아도 좋을듯 싶다. 한국의 재즈시장을 고려할 때 큰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쉽지만 이런 좋은 앨범들이 소개되지 못하고 그냥 묻힌다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01. Spy, The Man
02. Bluezilian Clave
03. Sunny & Me
04. Impressions (Club Live)
06. Stolen Moment
07. Summertime (Club Live)
08. Caribbean Sunset
09. Easy Going Girl
10. Summertime (Vocal Version